<이 회사의 HR에 주목한다> 기아차 인재개발실이 HRDer를 육성하는 방법

"과장님은 왜 그렇게 계속 공부를 하나요?"

지난 4월이었다. HRD부서로 입사한 신입사원 및 타 직무에서 전환 배치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HRD Entry' 과정에서 강의를 하는데 모 직원이 이와 같은 질문을 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필자의 솔직한 대답은 3가지였다.

첫째, 그냥 공부가 좋다.
둘째, 우리 스스로 끊임없이 역량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만 구성원들에게도 당당하게 학습을 강조할 수 있다.
셋째, 우리 일은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준다, 고로 전문성 없이는 감당할 수 없다.

시작하는 HRDer들에게 다소 무겁게 답변한 부분이 있지만, 마지막 이유가 핵심이다.
한 사람의 HRDer가 해당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동일한 교육예산을 사용하더라도 그 자리에 누가 앉아 있느냐에 따라 구성원들이 제공받는 육성 프로그램의 '질'과 '양'이 모두 달라지는 것이다.
임직원들이 HRDer라는 출입구Gateway를 통해서 육성 인터벤션과 성장 기회를 제공받는다면, 그 누구보다 우리 HRDer 스스로의 전문성 향상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현대·기아차가 미래자동차 기술을 선도할 우수 아이디어의 중요성 강조와 연구원들의 기술 발명 의욕 고취를 위해 ‘발명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7일 남양연구소(경기도 화성시 소재)에서 2019년도 제10회 발명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우수특허 발표대회를 통해 우수특허들에 대한 포상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2019.05.19. (사진=현대·기아자동차 제공) photo@newsis.com

# HRDer의 전문성 개발,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HRDer들의 전문성 개발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원 진학만이 유일한 해답일까? 아니면, ATD에서 제시한 역량모델에 따라 학습하면 되는 것일까? 물론, 조직 및 개인의 맥락Context에 따라 이러한 방법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ATD의 전신인 ASTD(American Society for Training & Development)에서는 2004년 전세계 HRD 전문가 100명과 현장 HRD실무자 2,12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HRD에 요구되는 4대 역량군과 21개 세부역량을 도출했다. 이에 대해 2012년에 다시 한 번 리뷰를 실시하고, 2013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 2014년 버전이 현재까지 최신버전이다. ATD 역량 모델은 그 자체로 훌륭한 모델이지만, 국내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여러 한계점이 있다.

첫째, 이미 5년이란 시간이 흘러 지금의 환경 변화 부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각 역량별 세부적인 수준과 구체적인 개발 방법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셋째, 국내기업, 그리고 '우리' 조직의 맥락이 반영되지 않았다. ATD 역량 모델도 정답이 아니라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항상 해오는 일들을 우리 HRD 조직에 그대로 적용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즉,리더와 조직 구성원을 위해 특화된 육성체계를 수립하고, 성장 가이드를 만들고, 역량모델링, 진단도구 개발, 다양한 학습솔루션 제공, IDP-CDP 시행 등 일련의 육성 인터벤션들을 우리 조직의 HRDer들에게 적용해보는 것이다.

인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에서 그 어느 조직보다 스스로의 인재개발을 잘 하는 모습을 한번 제대로 보여주자고 설득했고, 실행에 옮겼다. 그 첫 걸음이 바로 'KIA HRD Growth Index'의 개발이었다.

#기아자동차의 HRD Growth Index 사례

기아자동차에는 현재 약 80여 명의 HRDer가 인재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기아의 인재육성 가치와 전략적 HRD 실행을 위한 성장점을 제시하고자 도입한 인덱스Index가 바로 'KIA HRD Growth Index' 이다.
KIA HRD Growth Index는 조직차원에서 HRD 부서의 전략적 기능 강화를 위한 진단과 개인차원에서 HRD 수행 인력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진단 등 크게 2가지로 구성되는데 여기에서는 개인차원의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 역량 모델링, 진단, 개인별 리포트 및 학습 솔루션 제시 등 사례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 HRD 전문가 유형 도출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는 먼저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 HRD 조직에서 일을 할 경우 어떤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구성원들의 유능감_Competence이 향상되고, 성장 욕구가 촉진된다. 이를 위해 먼저 기아차 HRD조직의 직무분석을 실시하고, 내외부 전문가 검증을 거쳐 HRD의 리더 역할과 3가지 전문가 유형을 정의했다.

※ HRD 전략가는 HRD 기획자와 HRD컨설턴트가 혼합된 형태로 향후 조직 규모 및 환경변화에 따라 유형 구분 필요
▲기아차 HRD 전문가 유형 정의

그리고 각 유형별 성장 로드맵을 제시했다.

▲HRD전문가 유형별 성장 로드맵 예시 : HRD 전략가

# HRD 역량모델링

전문가 유형을 정의한 후에, SME(Subject Matter Expert) 워크숍을 통해 각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도출하고 프로파일을 작업했다.
역량모델링 결과는 13개 역량군과 44개 세부 역량으로 구성됐다. 세부 역량별 수준을 BARS(Behaviorally Anchored Rating Scale) 방식의 5단계로 구분했고, 블룸의 텍사노미Bloom's Taxonomy action verbs를 참조해 구체적인 행동지표를 작성했다.

▲HRD 역량모델링

#파일럿 테스트 & 본 진단 실시

다음으로 역량모델의 정교화 및 진단도구 검증을 위해 유형별 내부 전문가 15명(팀장 5명,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파일럿 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모든 역량 항목의 신뢰도가 양호한 수준으로 확인됐다(Cronbach α 전체 신뢰도 945). 또한, 각 전문가 유형별로 설정했던 역량의 요구 수준을 현재 우리 조직이 보유한 최고 전문가들의 수준과 비교 분석한 결과 일치도가 95% 이상으로 적합한 수준임이 확인됐다.

파일럿 검증을 완료한 후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진단을 실시했다.
전체 진단결과에 대해서도 측정모형평가(신뢰도, 타당도 검증)를 실시했고, 문항반응이론을 통해 진단 문항별 적합도까지 문제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개인별 리포트 및 학습 솔루션 제시

철저하게 검증이 완료된 진단 도구를 바탕으로 개인별 HRD 전문성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개별 리포트 형태로 제공한다. 그동안 수많은 리더들에게 리더십 진단 리포트를 제공해오면서 정작 우리 HRDer들을 위한 리포트는 제공하지 못했었다. 자신의 현재 수준을 인식하고 IDP과 CDP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도록 맞춤화된 리포트를 제공하고, 그와 더불어 학습 솔루션도 함께 제공한다. 학습솔루션은 세부 역량별로 해당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사내외 교육, 세미나, 추천 도서, 아티클, 자격증, 전문기관, 내외부 전문가 리스트로 구성된다.

# 조직차원의 HRD 역량 강화 인터벤션

개인별 리포트와 학습 솔루션을 제공한 후에 전체 결과를 다시 분석한다.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전체 인원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조직역량 확보를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19년에는 HRD 담당자로서 사람에 대한 이해와 Dacision(Data+decision)을 위한 특별 과정으로 심리스쿨과 통계스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은 계속 된다

2017년 '스스로의 인재개발을 잘하는 인재개발 조직'이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KIA HRD Growth Index를 개발했고, 그 후로 2년 간 시행하고 있다. 올해에도 78명을 대상으로 진단을 실시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차원 더 효과적인 인재개발을 위한 2가지 개선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HRD시스템을 활용한 IDP/CDP 실행이다. 지금까지 2년간은 설문시스템을 활용해 진단을 실시하긴 했지만, IDP/CDP 수립 등은 이메일과 엑셀 양식을 통해서 진행됐다. 2020년부터는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HRD시스템을 활용해 전체 프로세스를 유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HRD 조직의 새로운 역할 반영이다. 기아자동차는 올 하반기에 치열한 논의와 프로젝트를 통해 HRD 조직의 역할을 재정립할 예정이다. 역할이 재정립되면 우리가 추구하는 전문가 유형과 역량에도 변화가 요구될 것이다.

해당 기사는 HR Insight 2019.6월호에 소개된 기아자동차 인재개발팀 이승연 과장의 기고를 재편집했습니다.